“대비된 어둠·빛 인상적…80년 5월 광주 조금이나마 실감”(광주매일신문)

작성자 : 518유족회

작성일 : 2025-06-10

조회수 : 25

“개방 전에는 그냥 폐허 같았는데 조명 몇 개로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게 느껴지네요. 하루빨리 상시 개방 됐으면 합니다.”

지난달 31일 늦은 오후 광주 동구 소재 옛 적십자병원.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5월 한 달간 임시 개방된 이 곳의 마지막 개방 날로, ‘야간 개방’이 이뤄졌다.

새로운 볼거리가 추가된 건 아니었지만, 내부의 어둠을 조명이 걷어낸 것 자체가 폐쇄 이후 처음이어서 방문객들은 건물 곳곳을 돌아다니며 ‘새로움’을 눈에 담았다.

단연 눈길을 끈 것은 건물 곳곳에 남아있는 세월의 흔적이었다. 외벽·천장의 갈라짐과 당시 사용했던 의료기기들은 주간의 자연광에도 눈에 훤히 들어왔지만, 밝은 조명이 비춰지니 좀 더 인상적으로 느껴진다고 시민들은 입을 모았다.

바깥의 어둠과 내부의 빛이 대비되면서 공간이 갖는 분위기가 더욱 살아났다는 평도 이어졌다.

서구 화정동에서 온 김은비(40·여)씨는 “야간 개방 소식을 듣고 아이와 함께 보고 싶어서 찾았다”며 “밤에 보니 낮보다는 확실히 무거운 느낌이 드는데, 1980년 5월 광주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그려볼 수 있어 의미있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딸 최서윤(17)양도 “5·18 경험 세대가 아니지만 실제 현장을 두 눈으로 보며 어렴풋하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일부 개방이라도 자주 이어져 더 많은 이들이 옛 적십자병원을 체험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디지털·필름 카메라로 낡고 고요한 복도와 병동, 조명이 스며든 창틀 하나까지 사진으로 남기며 내부 관람을 마친 이들은 뒷마당의 ‘미래기념비 전개도’도 둘러봤다.

녹색 플라스틱 십자가 모형에 남기고 싶은 글을 적어 켜켜이 쌓아 올리는 이 조형물에는 오월 영령에 대한 감사 인사가 가득 담겨 있었다.

현장을 둘러보기 전·후 소감을 적는 방명록에도 ‘역사의 현장에 다녀갑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소감이 빼곡했다.


/주성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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