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광주가 환영한 김상욱, 외면한 한덕수·안창호(양재혁)

작성자 : 518유족회

작성일 : 20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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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기억한다. 누가 진심으로 다가왔고, 누가 정치적 셈법으로 접근했는지를. 그리고 그 기억은 결코 가볍게 잊히지 않는다.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지난 18일 국립 5·18민주묘지. 이곳에서 시민들과 유족들은 한 사람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바로 국민의힘을 최근 탈당한 김상욱 의원이다. 그가 입장하자 박수가 터졌고, 시민들은 그의 손을 잡으며 마음을 나눴다. 표정 하나, 눈빛 하나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김 의원은 단지 '기념식에 참석한 국회의원'이 아니었다. 그는 2024년 말, 윤석열 정권이 위헌적 계엄을 일으켰을 때, 국민의힘 소속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국회에서 피켓을 들고 홀로 저항했다. 따가운 시선과 침묵의 압박 속에서도 양심 하나로 버틴 그의 태도는,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이 보여준 절박하면서도 당당한 저항과 닮아 있었다.

얼마나 외롭고 고된 싸움이었을까. 그 모든 감정은 이번 5·18 추모식에서 김 의원의 눈물로 쏟아졌다. 그 눈물은 진심이었고, 그 자리는 단지 의례적 참석이 아닌 시대와 책임을 마주하는 자리였다. 광주는 그 진심을 읽었고, 기꺼이 맞이했다.
반면, 권력의 흐름을 따라 신출귀몰하듯 처신하며 군사·보수·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요직을 차지해온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이번 5월, 광주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그는 전두환 정권 시절 경제기획원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해, 김대중 정부에서는 주미대사,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무총리, 윤석열 정부에서는 다시 국무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그리고 2025년 5월, 한 전 총리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대통령 파면에 따라 열리게 된 조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광주는 단호했다. 5·18을 "광주사태"라고 왜곡 표현해 광주에 상처를 주고, 헌정 위기 상황에서 침묵으로 동조했던 인물이 이제 와서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라고 외쳤으나, 광주는 철저히 그를 외면했다.

광주는 명확하다. 진실 앞에 침묵하고, 아픔 앞에 외면했던 자에게 내어줄 자리는 없다. 화해를 가장한 정치적 술수는 더 이상 이 도시에서 통하지 않는다.

이번 기념식에서 쫓겨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검사 시절 공안 사건 수사를 주도했고, 헌법재판관 재직 시절에도 5·18의 역사성과 인권 가치를 적극적으로 옹호한 바 없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선 12·3 내란을 옹호하는 내용의 인권위 권고안 의결을 주도해 논란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공수처에 고발되기까지 했다. 그의 행보는 민주주의 수호보다는 '윤석열 체제' 유지에 기운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결국, 김상욱과 한덕수·안창호의 차이는 단지 과거 발언 때문이 아니다. 역사의 진실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왔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의 차이였다.

김상욱 의원은 오월정신을 오늘의 민주주의 위기 속에서 실천한 인물로 기억될 것이다. 반면, 한덕수와 안창호는 성찰 없이 접근했고, 광주는 그들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밀어냈다.

광주는 더 이상 '누가 오느냐'를 보지 않는다. '어떻게 오느냐'를 본다. 오월의 문 앞에 설 자격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그 무게를 감당한 자만이, 이 도시의 기억과 환대를 받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5·18민주유공자 유족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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