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18민주화운동이 올해로 45주년을 맞은 가운데,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이 몸으로 지켜낸 민주·인권·평화 정신을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명시하자는 여론이 다시금 뜨거워지고 있다.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선 주자들이 호남을 잇따라 찾는 가운데, 1987년 개헌 논의 당시 처음 거론된 이후 38년간 정치적 논의에만 머물렀던 5·18정신의 헌법 반영이 이번엔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18기념재단이 최근 발표한 ‘2025년 5·18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4%가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한다”고 답했다.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이 47.4%, ‘필요하다’는 응답은 20%였다. 반대는 23.5%,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9.1%였다.
눈에 띄는 점은 2030세대의 높은 찬성률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74.1%, 30대의 72.3%가 찬성 입장을 보이는 등 젊은 세대일수록 5·18 정신의 헌법 수록 필요성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급한 과제로는 △5·18 진실규명(32.8%) △왜곡·폄훼 방지(20%) △헌법 전문 반영(19.8%) △민주유공자 예우 개선(19.6%)이 꼽혔다. 특히 신군부의 부정축재·비자금 환수 필요성에 대해서는 73%가 동의해, ‘역사적 단죄’에 대한 국민 여론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서도 헌법 전문 수록을 둘러싼 입장 표명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광주 전일빌딩245 방문 당시 “12·3 비상계엄을 막아낸 힘이 5·18정신”이라며 “‘빛의 혁명’이라는 말도 광주에서 비롯됐다. 헌법 전문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5·18은 국가폭력에 맞선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며 “보수와 진보를 떠나 5·18 정신을 계승해야 민주주의가 바로 선다”고 강조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송진호 무소속 후보도 헌법 반영에 찬성했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황교안 무소속 후보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 후보는 별다른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황 후보는 “민감한 주제”라며 언급을 피했다. 구주와 자유통일당 후보는 “5·18은 중요한 사건이지만, 헌법 전문 수록에는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석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여야가 함께 약속해야 할 과제”라며 “특히 12·12 군사 반란과 광주 학살의 주역 정호용 영입을 시도했던 국민의힘은 이번만큼은 책임 있게 입장을 정리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헌법 전문에는 3·1 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4·19 혁명만이 명시돼 있다. 5·18정신의 헌법 반영은 1987년 민주항쟁 이후 매번 논의됐지만, 정치적 합의 부족과 보수 진영의 소극적 태도, 진영 갈등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 때문에 “5·18이 정치권에 의해 ‘선거용 소모품’으로만 다뤄져 왔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오지현, 정성현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로 인해 기사 전체 내용 및 사진은 하단 링크를 통해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