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45주년>“패배에서 시작된 승리”…예술로 여는 '새벽광장'(전남일보)

작성자 : 518유족회

작성일 : 202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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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직후 광장과 국회로 달려 나온 국민들을 보며 느꼈어요. 거대 권력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1980년 5월27일 도청을 지킨 시민군의 용기가 우리 안에 살아 있기 때문이라는 걸요.”

모두가 패배를 직감했던 ‘해방 광주’의 마지막 새벽, 계엄군의 진입을 앞두고 끝까지 전남도청을 지켰던 시민군의 뒷모습은 비극적인 최후로 기억됐다. 그러나 그날의 패배는 허울뿐이던 한국 민주주의가 마침내 본 궤도를 찾아 나아가기 시작한 결정적인 승리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연출한 진모영(55) 감독은 바로 그날을 기억하는 예술행사 ‘5·27 승리의 날 새벽광장’을 기획하고 이끄는 인물 중 한명이다. 그는 당시 도청에서 산화한 김동수 열사의 기념사업회 공동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이 갖은 오명을 벗고, 그 가치와 진실을 서서히 드러내기까지 지난한 세월 동안, 항쟁의 마지막 날이면 영령들을 위로하고 그들과 연대하려는 수많은 예술인의 처절한 몸짓이 이어져 왔다.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지난해 처음 열린 ‘새벽광장’은 그런 예술활동을 한데 모아 시민들이 함께 새벽을 맞이하며 기념하자는 뜻으로 새롭게 ‘판’을 깐 자리다.

그는 “마당극 배우 지정남씨가 매년 옛 전남도청에서 극을 올린다는 말을 듣고 나가본 적이 있다. 행방불명된 아들을 기다리는 무당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에 모두가 가슴 아파했다”며 “계엄군의 총탄이 쏟아졌던 시각에 맞춰, 수십년간 공연을 열어온 ‘이름 없는 공연팀’의 1인극이 이어졌다. 떠난 이들의 넋을 달래는 진혼극과 닮아 깊은 울림을 주는 공연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100인의 릴레이 그림 등 최후의 날을 기리는 예술인들의 다양한 창작 행위를 지켜보며 더 많은 이가 참여하기를 바랐다”며 “비록 우리가 물리적으로 그날의 시민군과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을 기억하며 광장을 열고, 지키는 일이야말로 시대를 넘어선 연대의 상징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진 감독은 10일간의 항쟁일지 중 5월27일이 가진 상징성과 무게를 거듭 되짚었다. 행사명 역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가 마지막 외신과의 기자회견에서 남긴 ‘우리는 오늘 여기서 패배하지만,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라는 말에서 착안했다.

그는 “5월27일은 우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촛불 시민들의 움직임 또한, 그날 시민군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며 “이번 행사는 진정한 역사의 승리는 어떻게 해내는 것인지, 승리한 오늘의 역사를 우리는 어떻게 가꿔나가야 하는지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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